후기

[강릉/맛집] 포이푸 경포세인트존스호텔점

알갱이들 2024. 9. 22. 15:08

 

바람 때문에 이 식당을 왔다.

부대시설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난데 없이 황소바람이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보니 이곳에서 불어온 것이었다. 이곳은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펍으로, 문을 전부 개방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가보니 동남아 분위기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통삽겹 플래터, 라구파스타, 버드와이저 생맥주를 주문했다. 음식은 괜찮은 편이었고 직원분도 친절하셔서 좋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식당이 좋았던 건, 저 바깥 풍경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필 내가 간 날에 폭우가 쏟아져서, 저 문 근처로만 가도 비가 잔뜩 들어오는 상태였다. 그래서 조금 멀찍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엄청난 비바람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데 기분이 오묘하고 좋았다. 가끔은 내 쪽까지 비바람이 들이치기도 했다. 마침 최근에 본 영화 트위스터스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울트라 4D로 봤을 때의 재미와 감동은 지금도 진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건 그보다도 더 현장감 있는 순간이지 않은가? 비오는 날 집에서 비구경하는 게 좋듯, 이 곳에서 장대비를 구경하는 저녁 시간이 참 좋았다. (근데 나중에 그 근처로 자리 잡은 손님들이 비를 맞아서인지 결국 문을 다 닫아버려서 조금 아쉬웠다.)